詩 읽는 기쁨/최영철

[최영철]본전 생각

문선정 2011. 1. 27. 14:11

 

  - 본전 생각

 

 

                                       최영철

 

 

 

 

파장 무렵 집 근처 노점에서 산 호박잎

 

스무장에 오백원이다

 

호박씨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씨를 키운 흙의 노고는 적게 잡아 오백원

해와 비와 바람의 노고도 적게 잡아 각각 오백원

호박잎을 거둔 농부의 노고야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실어 나른 트럭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파느라 저녁도 굶고 있는 노점 할머니의 노고도 적게 잡아 오백원
그것을 씻고 다듬어 밥상에 올린 아내의 노고도 값을 따질 수 없다지만
호박잎을 사들고 온 나의 노고도 오백원

그것을 입안에 다 넣으려고
호박쌈을 먹는 내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 애지 200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