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나호열

[나호열]너, 나 맞아? / 시인에게 쓰는 편지

문선정 2011. 1. 7. 02:04

- 너, 나 맞아?

 

                           나호열

 

 

 

시인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저 개울가 깊이 박힌 바위를 들어 올려

마음속에 모래로 담아두었다가

다시 그 모래 속으로

마음을 집어넣는 사람이라고

내가

말했다

 

 

 

 

 

 

- 시인에게 쓰는 편지

 

                                                    나호열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바람이 자신의 노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서 낯 선 곳 낯선 사람들의 가슴에

내려앉는 씨앗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인 것입니다.

외롭고 쓸쓸한 시인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리워지지는 않습니까?

 

바람 부는 먹먹한 겨울밤에 당신은 또 책상머리에

앉아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지요? 선인 先人들의 쓸쓸하고

무모한 곡적비, 불망비를 생각하면서 시비 詩碑를 

어디에 세울까 하고 공상에 빠진 것은 아니신지요?

 

당신이 시인이라면 걸어다니는 시비 詩碑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읽고 당신을 지나칠 때

이 세상의 시비 詩碑가 분명해지는 일 말이지요.

 

어쩌면 이미 당신은 내 앞에 서 있는 시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필하세요.

 

  

「시인에게 쓰는 편지」부분 / 나호열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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