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문정희

[문정희]늙은꽃

문선정 2011. 1. 5. 10:06

- 늙은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시집 <다산의 처녀>(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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