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자슬픔
김명인
딱히 슬플 일도 아닌데
눈물 솟구치는 날들이 잦다, 이 코끼리는
너무 뚱뚱해서 슬프고 저 기러기는
가안 (家雁)으로 키우는 주인이 없어서
주르극 수로를 열게 한다
방충망 너머로는 파랗게 갠 하늘,
언던 안쪽으로 느티나무 몇 그루 산란하는데
그 아랜 너무 웃자라 몸통치기 당한
늙은 수양버들 한 그루, 치워져버린 그늘 속으로
잘린 지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 여름 오후를 비동점으로 끓어 올리는
저 끈적끈적한 풍경에도 민짜슬픔 잔뜩 고였구나!
어느새 놀빛 물드는
밋밋한 저녁이 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