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이상국

[이상국]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문선정 2010. 2. 3. 09:50

   -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이상국

 


거마리 고개 넘어 절집 가서
푸른 머리 새 한마리 보았습니다
숲이나 물가에서는 인기척만 나도
기겁을 하고 달아나는 물새 한마리
말 많은 참새들 틈에서 밥 먹는 걸 보았습니다
아침저녁 공양 때마다
산속 어디선가 온다는데
스님들도 먹어야 부처를 모시고
깃털 같은 몸뚱이도
먹어야 사는 건 다 아는 일이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한 그가
밥 얻어먹으려고
절마당이나 기웃거리는 게 슬퍼서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집 :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창·비

'詩 읽는 기쁨 > 이상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국]매화 생각  (0) 2011.03.13
[이상국]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0) 2010.06.15
[이상국]밥상에 대하여  (0) 200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