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이상국
거마리 고개 넘어 절집 가서
푸른 머리 새 한마리 보았습니다
숲이나 물가에서는 인기척만 나도
기겁을 하고 달아나는 물새 한마리
말 많은 참새들 틈에서 밥 먹는 걸 보았습니다
아침저녁 공양 때마다
산속 어디선가 온다는데
스님들도 먹어야 부처를 모시고
깃털 같은 몸뚱이도
먹어야 사는 건 다 아는 일이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한 그가
밥 얻어먹으려고
절마당이나 기웃거리는 게 슬퍼서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집 :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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