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이용한

[이용한]목요일은 아프다

문선정 2008. 7. 30. 22:08

- 목요일은 아프다 / 이용한

 

 

 

목요일은 아프고, 비가 와

당신은 건너편에 있어

감기도 아닌데, 난 연애처럼 시들어서

내 손가락이 비 젖은 국도를 가리켜

앙상한 자정이고, 밤은

너의 음모처럼 깊어

내 방엔 아직도 너의 말라 죽은 표정이 가면처럼 걸려 있어

네가 말하는 추억이란,

그저 입술에 남은 바퀴 자국 같은 거

온몸이 불충분했고, 사랑했다는 증거는 없어

침대 밖에서까지 노력할 필요는 없지

악취 가득한 내 혀끝의 세월을

잊어줘, 그렇게 칼로 여러 번 찌르지 말고

어차피 쓰러지고 싶은 건 나였으니까

나를 문밖으로 밀어낸 건 당신이고,

절벽은 가파는 거니까

그냥 잠깐 흩날린 거라고 생각해

모든 것이 후두둑, 살구꽃처럼 졌다고 .

 

 

                               이용한 시집 : 안녕 후두둑 씨 /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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