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최승호-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게는 참 조용하다
천둥벼락 같았다는 유마의 침묵도
저러헥 고요했을 것이다
허물덩어리인 나를 흉보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해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멍게는 얼마나 배려 깊은 존재인가
바다에서 온 지우개 같은 멍게
멍게는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
발음을 하면 벌써 입안이 울림의 공간
메아리치는 텅 빈 골짜기
범종(梵鍾) 소리가 난다
멍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문득 최승호 시인의 시 '멍게'를 생각한다. 수류탄처럼 생긴 멍게가 국어사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서울 청계천을 복개한 이후부터 인천 앞바다에서 사라진 멍게를 생각한다. 그때부터 우리들은 모두 멍게 앞에서 멍청해졌다. 멍! 멍게의 침묵이 답답해서 단단한 껍질에 칼집을 내면 침묵 속에 고여있던 바다가 세차게 튀어나온다. 또 한잔의 소주속에서 범종 소리가 들린다.
*********************/ 김화영 : 고려대 불문과 교수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게는 참 조용하다
천둥벼락 같았다는 유마의 침묵도
저러헥 고요했을 것이다
허물덩어리인 나를 흉보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해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멍게는 얼마나 배려 깊은 존재인가
바다에서 온 지우개 같은 멍게
멍게는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
발음을 하면 벌써 입안이 울림의 공간
메아리치는 텅 빈 골짜기
범종(梵鍾) 소리가 난다
멍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문득 최승호 시인의 시 '멍게'를 생각한다. 수류탄처럼 생긴 멍게가 국어사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서울 청계천을 복개한 이후부터 인천 앞바다에서 사라진 멍게를 생각한다. 그때부터 우리들은 모두 멍게 앞에서 멍청해졌다. 멍! 멍게의 침묵이 답답해서 단단한 껍질에 칼집을 내면 침묵 속에 고여있던 바다가 세차게 튀어나온다. 또 한잔의 소주속에서 범종 소리가 들린다.
*********************/ 김화영 : 고려대 불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