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박노해

[박노해]하늘

문선정 2008. 6. 17. 12:43

- 하늘

 

                              박노해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들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시 읽는 기쁨 / 작가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