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박정대
[박정대]고독 행성
문선정
2007. 12. 31. 16:55
- 고독 행성
박정대
콜 미, 가수는 밤새 노래를 하고 나는 로즈제라늄 곁에 누워 있네
여기는 12월의 입구를 떠도는 고독 행성
방울 토마토처럼 입 안 가득 깨물고 싶은 밤
그 밤의 옆구리로 밤새도록 눈발들은 허공의 밀사처럼 소리 없이 내리는데, 눈발들이 내려와 고독고독 쌓이는 이곳은 하얀 침묵의 지붕을 모자처럼 쓰고 서 있는 고독 행성
콜 미, 밤 새 가수는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지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쌓이는 노래들
고독 행성에 호롱불이 켜지는 점등의 시간이 오면 생의 비등점에선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고 톱밥 난로의 내면을 가진 천사들은 따스하게 데워진 생의 안쪽에서 영혼의 국경선을 생각하네
콜 미, 가수의 목소리도 가랑이퍼럼 바람에 뒤척이는데 창문 밖 국경수비대들도 하얀 눈발을 뒤집어쓰고 곤하게 잠든 세계의 지붕 밑
천사들의 숨결에 로즈제라늄만 사붓이 흔들리는 시간
여기는 바람이 불 때마다 저 홀로 펄럭이며 아득하게 깊어가는 한 잎의 고독 행성
<박정대 시집 :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 뿔. 웅진 문학에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