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윤준경

[윤준경]11월의 어머니

문선정 2007. 12. 14. 13:00

- 11월의 어머니

 

                                        윤준경

 

 

11월 들판에

빈 옥수숫대를 보면 나는

다가가 절하고 싶습니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

속이 허한 어머니

큰애야, 고르게 돋아난 이빨로

어디 가서 차진 양식이 되었느냐

작은애야, 부실한 몸으로

누구의 기분 좋은 튀밥이 되었느냐

둘째야, 넌 단단히 익어서

가문의 대를 이을 씨앗이 되었느냐

 

11월의 바람을 몸으로 끌어안고

들판을 지키는 옥수숫대

날마다 부뚝막에 밥 한 그릇 떠놓으시고

뚜껑에 맺힌 눈물로

집나간 아들 소식을 들으시며

죽어도 예서 죽는다 뿌리에 힘을 주는

11월 들판에 강한 어머니들에게

나는 오늘도 절하고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