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가을과 이별을 하자마자, 첫눈이 왔어요. 펑!펑!

문선정 2007. 11. 19. 23:42

 

오늘 낮에까지도,

벌겋게 열을 내 뿜으며 몸살을 앓고 있는 저 나무아래

폭신한 낙엽 위에 조심조심 서 봤지요.

 

 하~핫!

오늘이, 올 해의 가을과 이별의 날이 될 줄 몰랐어요!

이별일 줄 알았다면...

더 멋진 이별식을 할 것을...

 

이제, 겨울이 왔으니...

몸살 앓던 저 나무는 제 몸 보살피며 평안한 겨우살이를 할 수 있을까요.

 

 밤 여덟시 오십분이었지요...

야자를 끝내는 딸 아이를 데리러 집을 나섰지요.

아아!

눈이 내려요!

깜짝 놀라 집으로 다시 뛰어 들어갔지요.

다시 컴퓨터를 켜고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어요.

[얘들아~~ 눈이 온닷! 첫눈이야 포근한밤~ 따순밤~ 보내기를...]

[눈이 와요! 첫눈이예요! 포근하고 따순밤 보내시기를...]

그리곤,

카메라를 챙겨들고...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지요.

점점 더 굵게 많이많이 쏟아지는 눈길을 헤치고

엉금엉금 기어서 아이가 기다리는 학교앞으로 갔지요.

오늘, 첫눈이 내리는 날!

내 딸 아이도 마음이 달떴는지... 흥분되어 있었어요.

 

점. 점. 점... 눈송이가 굵어지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자세로 차를 몰고 무사히 집으로 왔지요.

 

 포근해 보이는 하얀색의 담요를 덮은 나의 애마를 지하 주차장에 안전하게 세워놓고...

 

집 앞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캄캄한 밤에 찾아오신 첫눈을 반가이 맞이 했어요.

 

 어느새 한이파리의 낙엽도 남기지 않은

나뭇가지위에 올라앉는 눈. 눈. 눈...

 

 빗살무늬를 그리면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눈. 눈. 눈...

 

눈. 눈. 눈...이 마구마구 내려요.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함께 걷는

하얀 눈 위에~ 내 발자국

 

점. 점. 점...  어디라도 앉을 곳만 있으면 내려앉는

눈. 눈. 눈이 무겁게 보이구요...

 

 여기도 눈. 눈. 눈...

 

 저기도 눈. 눈. 눈...

 

 눈. 눈. 눈...에 어지럽기까지 해요.

 

 보이는 건, 눈. 눈. 눈... 눈 투성이들...

 

 안장이 망가져버린 내 자전거.

 

 저기저기, 눈을 맞고 있는 노란자전거가 내 자전거...

 

가운데 노란 자전거가 내 자전거...

 

 어느새, 경비아저씨는 쌓인 눈을 쓸어담기에 바쁘십니다.

 

집으로 들어와,

젖은 옷을 털어 내다 걸고,

모자를 벗어 내다 걸고...

지금, 참 따순밤을 보내고 있지요!

정말 포근하고 따스한 밤입니다!

 

이제 월동준비를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