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계절은 가고...
바람 묻은, 가을이... 언제까지라도 함께일 것 같았는데...
가을이... 가을이... 손톱 끝에 매달린 봉숭아 꽃물처럼... 계절은... 아쉬움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강변 자전거 도로엔 어느새, 다음 해의 계절을 기약하는 씨앗을 남기고 가는 가을 꽃, 스러지기 전...
이사가는 집, 다음 해 가을에 꽃 피울, 길 섶에 뿌리려고 살살이 꽃(코스모스)의 씨앗을 받아서 들어왔습니다.
나는, 가을 햇살, 맑게 떨어지는 어느 날 억새밭으로... 가서 바람의 냄새를 맡았으며
나무, 너무 많아 하늘 보이지 않는 산에 올라 나뭇잎이 흔들어 주는 바람을 가방 가득 담아와 공기 탁한 집안에 여기저기 뿌려 놓기도 했습니다.
또, 어느 날은... 동네, 뒷 산 이며... 낙엽 길을 마구마구 밟고 다녔습니다.
나는, 따로이 여행이라는 단어를 정하지 않습니다. 공원을 가든, 시장을 가든... 영화관을 가든... 그저, 신발 신고 집을 나서면 오늘의 가장 행복한 여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땅을 밟고 다니는 것이 나만의 여행 법입니다.
소중한 하루, 분양 받은 하늘을 맘껏 누리면서
이 하늘, 아래... 저 하늘, 아래... 마구마구 밟고 다니다 보면..
어느 날 운이 좋아 마그리뜨의 구름을 만나는 순간엔 사다리를 타고 오르고 싶어, 하늘을 더듬어 보기도 했구요...
어떤 날은, 빗방울 모자이크 속으로 홀린 듯...이 빠져 들어...
나, 오늘은... 빗물이어서 좋아라...고 이리저리... 흘러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바람에 묻어, 흘러다니는 사람들과 나도 한 데 묻어 흐른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흡족한 이런 여행의 뒷 맛을...
고이고이 적어 놓습니다. . . .
문득, 마음이 가난하다는... 생각이 스칠 때... 시린 가슴 다독거리면서 지내는 날이 어디 하루 이틀이겠나요 그래도... 지금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 과 손톱 끝에 매달린 꽃물처럼 단풍나무 잎 새... 다... 떨어지기 전에 있는 힘을 다 해 사랑한 올 해, 나의 가을은 무척이나 건강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 나온 우리내 인생 바람에 묻혀 이 길 저 길 소풍 다니다 어느 막바지 가을이어도 좋은, 남산의 가을路에서 아주 절친한 친구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 산행도 한 번 더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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