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2007. 10. 12. 19:48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구름이여!

또 다시 모여 내게로 오시는 구름이여!

 

또, 어느 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그저... 시시껄렁해 보이는 하늘이여!

 

그 해,

그렇게도 가슴 시리게 했던 하늘이여!

오늘도

당신 아래 섰습니다.

 

 

당신이 내려주는

바람이며, 물이며를 만지고 사는 것들과

호흡하고 부비며 살아가는 날 일수록

나는 옆눈질로 당신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습니다.

  

 

바람이 난 거지요.

이 가을, 나는...

당신을 향한 짝사랑이 더욱 짙어집니다.

하여,

당신이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따라다니며

상큼하고도 아찔한 바람을 피우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러가지 모양과 색색으로 바뀌면서 나를 지나치시던 하늘이여!

고개 맘껏 젖히어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신 하늘이여!

 

또 다시 내 시린 가슴의 맛이 짜릿한 첫사랑이었음을 알게 해 주신

하늘이여!

.

뛰었습니다

.

달렸습니다

 

이렇게 당신이 가시는 걸음 걸음을 따라다니는 일인데

쓸쓸함이 함께이면 어떻습니까.

 

이런 쓸쓸함은 얼마든지 데리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런 견고한 쓸쓸함이라도 함께하지 않았던들 

이 계절, 맨정신으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맘껏 쓸쓸해져서 휑하니 가슴을 비어내고 싶습니다.

휑하여 빈 가슴으로 뭐든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지나는 바람의 찌꺼기라도 달라붙어

내게 아무런 말이라도 건다면

짧거나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오래오래 묵어도 잊혀지지 않을

그런 이야기를 

나는 납작하게 몸을 만들어

우리 한 이야기들을 꼬박꼬박 적어 두고 싶습니다.

 

 

적어 놓았던

어느 한 부분의 이야기가 헤져

레떼의 강을 건너도 좋고, 그 강을 건너며 하물하물거려도 좋습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보내버린 것도 아니고
또 나를 버리고 떠난 것도 아닌...
그런... 것들이니까요.
 

 

어느 해 가을은,
스치듯이 바라만 보아도
표현 못 할 정도로 그렇게 가슴이 시리던 해가 있었지요.
 
그 해가 무사히 지나고
당신이 가시는 노을을 보면...서
더 많이 가슴 시리어서
외로움에 부르르 온 몸을 떨어야 했던 해가 있었습니다.
 

 
ㅎ~
어차피 나와 함께 동행할 의미로 내 옆에 붙어 다닐거라면
내가 그것들을 따르던 그것들이 나를 따르던...
결론은,
우리는 동행해야 한다는 거니까요.
 
 

 

그렇게도 시리던 가슴이
이제사 가라앉으며
당신 향하여
정면응시 할 수 있게 된 나...
이제서야
내 가슴 시리게 만들었던
당신의 속내가 궁금해지는 겁니다.

  

 

그 해,

내 가슴 시리게 만들었던 당신 아래서

서거나, 앉았거나, 혹은 누웠거나
어느 날은, 큰 소리를 내며 다가가거나
또... 어느 날은,
몰래 다가가서
당신을 살피며 오만을 부려보고 싶습니다.
   

 

어느 분의 말씀으로는,
당신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라며 정확한 지적을 해 주셨지요.
또 어느 분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나와 일치되는 생각을 가진 분의 말도 들었습니다.
 
나와 동행하는 쓸쓸함은 초라한 것 같으면서도 견고하게 화려합니다.

 

 
하, 그런데 어쨌든 나란 사람은...
약간은 삐딱한데가 있어서
좋기만 해 보이는 당신에게서도
어디 흠집 없나... 하고,
당신의 속내가 마냥마냥 궁금해지는 거랍니다.

 

웃기죠?
푸른 속내로 오늘 내게로 오신 당신에게 
시비를 거는 작업으로 들어간 거예요.
 

 

이런 나를...
말리는 사람보다는 부추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데
하핫, 모두 공범인 셈이예요.
나는 이런 것들이 재미있는 거죠.
 

 

이런 나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당신 역시,
싫지는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아니까요...
 
올해도
내 가슴 시리지 않아도, 또 다시 시려온다 한들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 아래로
내 긴 손을 휘저으며
글씨를 쓰는 겁니다
이렇게
 .
.
.
 
우린
.
.
.
사랑하는 겁니다!
 

눈 앞이 더 파래지더던 날,

하늘아
너도 마음 창창하여 시리었더냐
나만큼이나 시렸나보구나

너의 세상이 그러하듯이
내가 숨쉬는 세상도 그러하다
세상의 몸살이 돌고 도는
인연과 인연사이엔 지치는 것 투성이어서

지금의 신음소리
이제 그만 놓아버리자
놓고 또 놓아버리고
음탕하고 우아한 피들의
은밀한 대화도 놓아버리자

찰나의 순간일망정
놓치고 싶지 않은
어제까지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지은 죄마저도
놓아버리자

그리고,

푸르를 수 있을 때

많이

.

.

.

사랑하자!

.

.

.

아주 많이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