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하늘... 하늘!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구름이여!
또 다시 모여 내게로 오시는 구름이여!
또, 어느 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그저... 시시껄렁해 보이는 하늘이여!
그 해,
그렇게도 가슴 시리게 했던 하늘이여!
오늘도
당신 아래 섰습니다.
당신이 내려주는
바람이며, 물이며를 만지고 사는 것들과
호흡하고 부비며 살아가는 날 일수록
나는 옆눈질로 당신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습니다.
바람이 난 거지요.
이 가을, 나는...
당신을 향한 짝사랑이 더욱 짙어집니다.
하여,
당신이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따라다니며
상큼하고도 아찔한 바람을 피우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러가지 모양과 색색으로 바뀌면서 나를 지나치시던 하늘이여!
고개 맘껏 젖히어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신 하늘이여!
또 다시 내 시린 가슴의 맛이 짜릿한 첫사랑이었음을 알게 해 주신
하늘이여!
.
뛰었습니다
.
달렸습니다
이렇게 당신이 가시는 걸음 걸음을 따라다니는 일인데
쓸쓸함이 함께이면 어떻습니까.
이런 쓸쓸함은 얼마든지 데리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런 견고한 쓸쓸함이라도 함께하지 않았던들
이 계절, 맨정신으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맘껏 쓸쓸해져서 휑하니 가슴을 비어내고 싶습니다.
휑하여 빈 가슴으로 뭐든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지나는 바람의 찌꺼기라도 달라붙어
내게 아무런 말이라도 건다면
짧거나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오래오래 묵어도 잊혀지지 않을
그런 이야기를
나는 납작하게 몸을 만들어
우리 한 이야기들을 꼬박꼬박 적어 두고 싶습니다.
적어 놓았던
어느 한 부분의 이야기가 헤져
레떼의 강을 건너도 좋고, 그 강을 건너며 하물하물거려도 좋습니다.
그 해,
내 가슴 시리게 만들었던 당신 아래서
눈 앞이 더 파래지더던 날,
하늘아
너도 마음 창창하여 시리었더냐
나만큼이나 시렸나보구나
너의 세상이 그러하듯이
내가 숨쉬는 세상도 그러하다
세상의 몸살이 돌고 도는
인연과 인연사이엔 지치는 것 투성이어서
지금의 신음소리
이제 그만 놓아버리자
놓고 또 놓아버리고
음탕하고 우아한 피들의
은밀한 대화도 놓아버리자
찰나의 순간일망정
놓치고 싶지 않은
어제까지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지은 죄마저도
놓아버리자
그리고,
푸르를 수 있을 때
많이
.
.
.
사랑하자!
.
.
.
아주 많이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