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 점심시간
9월 29일 토요일.
저는 아침부터 무척이나 분주했답니다.
이른 아침, 조카녀석들 운동회를 보기 위해
인창초등학교로 향했지요.
나의 유년시절 어금니를 잃어버렸던 그 넓은 운동장은
그 때만큼 넓어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세월따라 몸도 마음도 자란 탓일게지요.
나의 유년 시절
2학년 때,
엄마 손을 붙잡고
이 운동장을 처음 밟았던 적이 아련하게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몸이 약해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주저앉아 있던 기억
코 찔찔이 개구쟁이 반 아이도 생각나고요.
그런데,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흘러
내가 어른이 되고도 한참 나이가 들어서
이 운동장에 왔습니다.
그렇게 크고 넓게만 보였던 운동장은
나이의 숫자만큼 몸이 자라고 생각이 자란 지금
성큼성큼 다니다보니 더없이 작게만 보여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1학년 아이들의 바구니 터트리기가 끝나면서 점심시간을 알립니다.
그러고 보니,
늘 이랬던 것 같습니다.
꽁꽁 입을 다물고 있던 바구니가 터지면서
색색의 종이가 휘날레처럼 날리면서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가 늘어지는 순간...
선생님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로 신호음을 알리면서
아이들은 일제히 엄마 곁으로 달려갔던 것 같습니다.
조카 녀석들 덕분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와 보고,
옛추억을 떠 올리며
김밥이랑, 과일이랑도 먹고
장난감도 갖고 놀다가
달짝지근한 음료수도 마셔보았습니다.
풍선에 들어있는 헬륨가스를 마시고
익살스런 목소리도 내어보고
조카들과 이렇게 이렇게 점심시간을 보내다가
6학년 조카 녀석의 태극기 마스게임을 봅니다.
아들의 마스게임을 지켜보다가
옛날, 본드 풍선을 불면서 좋아하는 철부지 아빠인
나의 오빠도 아마 나처럼 동심으로 돌아갔나 봅니다.
얼굴을 크게 부풀어오른 풍선에다 대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 카메라 앞에 얼굴을 댑니다.
마스게임이 끝나고
뒤이어 여러가지 운동경기가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 길에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옛날, 나의 운동회 때는
이 길에 길게 늘어선 장사꾼이 많았습니다.
계란을 삶아 팔고
밤을 찌어서 흰 실에 엮어서 팔고
순대를 팔았던
기다랗게만 느껴졌던 이 길도
이렇게 짧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길을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