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밤이다
손이 있는 줄 알았다. 바람이.
내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랐다. 미련하게.
지리하다고 여기는 장마를 나름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이러지 않았다. 장마철엔.
슬리퍼를 신은 발을 빗물에 담그고는 정신없이 쏘다니는 나였다. 정말 그랬다.
정직된 상태에서 이제 움직여야지 하면,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동하며 길들여지는 몸. 아주 착하다.
아아 영혼은... 영혼은?
내 영혼만큼은... 모든 문턱을 넘나들며 바람을 더듬고 있다. 햇살을 더듬고 있다.
그동안 가족으로 친구처럼 지냈던 한 여인이 곁을 떠났다. 홀연히.
그녀를 떠나보내기까지 가늘가늘 갈라지는 내 영혼의 핏발이 시름시름 앓았다. 가난해지고 있었다.
이젠 情이라는 지나친 사치를 내 속에 채워넣지 말아야지. 주문을 걸어본다.
가득 채웠던 것을 한 올 한 올 씩 풀어 버리기가 너무 버거웠다. 정말.
버거운 만큼 눈물도 많이 뽑아 냈다. 두 눈에 양수기라도 설치한 것처럼.
뽑아낸 눈물만큼 내 영혼은 굶주리고 있었다. 영혼이 헛헛하다.
헛헛한 영혼을 달래기 위해 아주 짧은 여행을 준비한다. 아들과 함께.
가까운 곳. 아들은 자전거 여행을 하자고 우기지만... 내 뜻대로 할 것이다. 여전히.
수종사를 들러 두물머리를 거쳐 그리고 부모님 묘지에 다녀올 참이다. 여전히.
어제 밤 새 비 내리고
오늘 종일 비 내리더니
지금
저 개구리 지칠 줄 모르고
갈걀걸결골굘굴굴글길~
밤 새 울 작정인가 보다.
우는 저 개구리 평안한가...?
목놓아 우는 개구리의 안부가 괜시리 궁금해지는 밤이다.
이 모든 게 내 감정이 아닌,
바닥을 거칠게 때려 준 장맛비 때문이라고...
세상에게 뒤집어 씌우고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