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2007. 6. 20. 14:27

 

 

 

2007년 6월 15일 오후... 세 시 쯤이었을 거다.

 

꼬맹이 조카녀석과 함께 구리시장 내에 있는 떡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조카와 나는 아주 여유롭게 장터에 내놓은 것들을 구경하면서 걷고 있었다.

떡집서 볼 일을 보고 나와서 팥빙수를 먹기로 한 마음이 얼마나 달 떴었나.

그런데, 마주오는 차를 피하다 그만...

폭! 고꾸라 졌다.

아효~ 눈물이 폭폭 나오게 아팠지만, 순간적으로 발딱 일어났다.

나란 것에는 관심이라곤 털끝만치도 없던 사람들의 시선에

온 몸이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이 날, 넘어지는 날에 잠깐 낮잠을 잤는데 꿈 속에서 카메라가 깨졌다.

꿈 땜을 톡톡히 했다.

카메라 대신에 무릎이 깨지고 발 목을 삐었으니... 말이다.

 

왼 쪽 무릎은 아주 처절하게 깨지고, 오른 쪽 발목은 심하게 삐었다.

아! 몇 년 전에 다친 그 자리의 뼈가 다시 툭툭 나오더니 퉁퉁 붓기 시작한다.

또 다시 기브스를 해야 하는가 하는 마음으로 더럭 겁부터 났다.

 

다시 오빠네 집으로 들어가, 팥빙수도 얻어먹지 못 한 어린 조카녀석이 기특하게도 냉 찜질을 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나는... 고모... 고모... 넘어지는 거... 못 봤어!"

요녀석 누구와도 나란히 걷는 법이 없다. 한 10보쯤 앞서서 걸어가던 놈은

순식간에 발딸 일어서 구부리고 있는 내게 뛰어왔으니 정작 넘어지는 고모의 못 본 게 당연하다.

무릎에서 나오는 피를 보자 어린 녀석이 겁이 났는지,

아니면 팥빙수를 먹지 못해서인지... 그래서 억울하다는 것인지...

더듬 더듬 말을 하면서도 조그만 손으로 정성스럽게 냉찜질을 해 주었다.

 

녀석이 해 준 냉찜질 덕분으로 한 시간의 거리를 간신히 운전하고 집으로 왔는데...

이 날, 나의 일진에 액이 껴도 단단히 꼈었나보다.

친정 일로 인해 내내 속이 안 좋은 터여서, 며칠 째 남편은 나에게 흰 죽을 끓여주고 있었다,

다쳐서까지 들어온 내가 안스러웠는지... 남편은 얼른 흰죽을 안쳐주었다.

배도 고프고 지쳐서인지... 울렁거리는 속에 흰 죽이라도 채워야지 싶었다.

내가 아플적마다 남편이 끓여주는 뽀얀 쌀 죽이 맛있다.

한 주먹의 쌀을 씻어서 오랜 시간을 들여서 죽이 완성될 즈음에,

남편은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딸아이를 데리러 간다며, 꼭 죽을 먹으라고 당부하고는 나갔다.

그런데 그만 렌즈에서 식탁으로 옮기는 도중에 크지도 않은 작은 죽 냄비를 폭삭~ 엎어 버렸다.

 

정말 순식간이다. 짧은 순간의 사고...란. 당황할 사이도 없다.

멀-건 죽이 주방 안에서 대책없이 튀었다.

씽크대로, 문짝으로, 바닥으로...

내 얼굴로, 끈나시를 입은 내 등으로...

뜨거! 뜨거!!! 얼굴이 화끈 거렸다.

 

거울을 보았다.

세상에! 패잔병이 따로 없다.

죽에 데어 얼굴이며, 나시를 입은 목덜미까지 붉은 반점이 생기고

무릎에선 피가 줄줄 나오고, 시큰하게 아픈 발목은 절뚝거리고...

누가 볼 까 두렵다.

누가 올 까 두렵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시작해서 온 몸에 부채질을 해대야 했다.

한참을...

 

이 몸을 하고서,

정읍을 거쳐 부안을 다녀오고도 모자라,

어제는 강촌까지 다녀왔다. 아주 무사히...

 

이제, 좀 살만하다.

걸음도 웬만치 걸을 수 있고...

무릎 상처야 피가 꾸둑꾸둑해지고 딱쟁이가 앉았다가 떨어지면 되고...

아! 약간씩 발목이 많이 아프다.

기브스를 할까 무서워 병원에 가지 못 하고 침으로 다스리고 있지만

아직도 붓기가 빠지지 않은 것 같다.

푸르스름한 멍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제 발 등까지 멍이 덮으면서 내려 올 거라 한다.

퍼렇게 시커멓게... 그러다 시커먼 멍이 점 점 연해지면서... 나을 거라 한다.

 

침술원에서... 잉잉~

 

아프다! 저리다!

발 목 보다도 더 많이 저리고 아픈 곳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