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이면우

[이면우]기러기

문선정 2007. 4. 16. 08:55

   -기러기

 

   *이면우

 

  

 

   저 새들은 어디서 오느냐고 아이가 물었다

   세상 저 끝에서 온다고 말해주었다.

 

   저렇게 떼지어 어디 가는 거냐고 또 물었다

   세상 저 끝으로 간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어디가 세상 끝이냐고, 이번엔 정색하고 올려다본다

   잠깐 궁리 끝, 기러기 내려앉는 곳이겠지, 하고 둘러댔다.

 

   호숫가 외딴 오두막 가까이 키보다 높은 갈대들

   손 저어 쉬어 가라고 기러기 부르는 곳

   저녁 막 먹고 나란히 서서 고개 젖혀 하늘 보며

   밭고랑에 오줌발 쏘던 겨울.

 

 

 

              -이면우 시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창비시선)

 

 

*** 이면우 : 1951년 대전 출생.

                  1991년 『저석양』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