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지난 3월 14일 수요일. white day~ 였지요.

문선정 2007. 3. 22. 20:48
 

지난 3월 14일 수요일. white day~ 였지요.


[나한테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맙시다! 알고 보면 나도 당신만큼이나 외로운 사람입니다.

오늘 쬬꼴렛이나 주세요... 네?]

 

이런 내용의 문자를 남편에게 보낸다는 것이 그만...

내가 나에게 보내고 말았네요.

이런~ 이런~ 내가 하는 일이 이렇지요 뭐.

강의시간에 책상 밑에 숨어서 보내자마자 디리릭~ 진동이 울리면서

내 핸드폰으로 들어온 문자를 보고... 이런~ 포기할 수 없지 하곤,

다시 보냈지요. 풋~ 어이도 없고 웃음도 나오고...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주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통 답이 없기에

점심을 먹으면서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도 계속 보냈지요.

남편도 내가 집요하다는 걸 알 텐데... 통 답이 없는 거... 보면,

달콤함의 결핍증세가 심하다는 것을 직감하고도 남았지요.

 

이 나이에 이렇게 쬬꼴렛뜨를 구걸해도 되는 건지,

어쩔 수 없이 좀... 약간... 많이... 치사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씽크대 앞에서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느 틈에 남편이 뒤에 와서


“옛다~ 쵸콜렛, 사탕 받아랏! 둘이서 나누어 먹어라.”


“오~오~ 땡큐 땡큐~”


 

 

 

 

 

이렇게 구걸구걸 해서 이번 white day에

딸아이와 나는

테디베어 인형과 함께 겨우겨우 아주 간신히 쬬꼬레뜨를 얻었네요.


거 있죠? 나 아주 어렸을 적에...

소위 미군 물자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먹을 것을 잔뜩 실은 군 트럭과 탱크를 쫒아 다니면서 


“헬로~~~ 기브미 쬬꼬레뜨~ 찡~껌!”


을 외치면서 쫒아 다니던 생각이 나는 거...

참 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나대요. 


이런 씁쓸함의 미소도 잠깐.

미군처럼 던져주는 쬬꼬레뜨를 받아들고

난생 처음 달콤함을 맛보는 아이처럼

좋아라 하면서 낼름낼름 먹어 치웠네요.

이 나이에 이렇게 구걸해서 먹는 쬬꼬레뜨

맛으로 먹나요. 기분으로 먹지요.

이런 달콤함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주유소에서 채운 만땅의 기분으로 동해까지는 왕복을 하고도 남을 걸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좀 알아서 주면 안 되나...요.

라는 우습지도 않은 욕심도 부려보지만,

그래도 먹은 게 어디예요.

받지도 못한 사람들도 있을 텐데...

 

                            2007년 3월 22일. PM 8시 48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