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버스를 타고
문선정
2007. 3. 15. 11:36
봄님!
절망 한 줌 드릴께
햇살 한 줌만 주세요~!
햇살 한 줌이 얼마나 고귀한데...
절망 한 줌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기다릴게요.
꼭 봄이어서가 아니라
그냥이다. 그냥.
주변의 다른 무엇보다도 그 어느것보다도
유난히 햇살이 맑다고 느끼는 날엔
흔들리는 버스에 마음이라도 싣고 있으면
차분해진다. 그냥.
어둑한 지하를 통과하는 지렁이 같은 전철보다
움직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버스를 타면
왜 이렇게 안정된 기분이 되어가는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내 엄마의 자궁속에 들어앉았다는 기분이랄까.
조금 센듯 약한듯한 흔들림이 주는 이런 안정감이
안온하게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버스가 좋다.
그러다 어느 순간,
탁!
버스가 멈추었을 때
지금의 내가 정지되어
잠시 정신이 차려지는듯 하다가
흑백의 한 장면장면이 약속처럼 다가올 때
아! 고물거리며 살아나는 이것! 저것!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파문은
아픈 것 같기도 하면서
샐금 미소를 짓게도 한다.
그러다 힘빠진 손으로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준다.
버스를 타고 무척 많이 다녔다.
태생이다.
이런 방랑벽이 태생이고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지난 일에
가슴 토닥거림이 나의 태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