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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일편단심 아내 사랑''이 주는 감동

문선정 2007. 3. 2. 20:58

 [명화 속 여성]''일편단심 아내 사랑''이 주는 감동

 

옛적에 에우리디케라는 요정과 음유시인 오르페우스가 살았다.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다. 하지만 혼인한 지 열흘 만에 에우리디케는 죽고 만다. 흑심을 품은 목동에게 쫓겨 달아나다 독사에 물린 것이다. 신부를 극진히 사랑하던 오르페우스는 신부를 되찾기 위해 지옥행을 결심한다.

천하 제일의 음유시인이었던 그는 지옥문을 지키는 무서운 개와 지옥의 신 하데스 앞에서까지 심금을 울리는 사모곡을 한 자락 뽑는다. 이에 감동한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놓아주기로 하며 조건을 하나 걸었는데,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오르페우스로 하여금 마지막 순간 뒤를 돌아보게 만들고, 결국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옥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목숨을 걸었건만 자신의 실수로 다시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의 슬픔은 얼마나 깊었을까. 자책과 절망의 노래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많은 여인들이 매혹되어 그에게 구애하게 된다.

 

 

하지만 오매불망 아내를 그리던 오르페우스는 이를 모두 거부하고,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힌 여인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죽음을 당한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지만, 일편단심 아내 사랑으로 정절을 지키려던 한 남자의 단단한 마음이 느껴져 감동스럽기도 하다. 워터하우스의 ‘오르페우스의 죽음’은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히스테리를 일으켜 오르페우스를 무참히 살해한 후 그와 수금을 연못에 빠뜨리고는 후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꿈꾸는 듯한 터치와 로맨틱한 색상, 인물을 그려낸 선이 매우 아름답다.

이러한 그의 그림 특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 속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 그림 역시 이야기를 모르고 접한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만큼 풍부한 자극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숨겨진 신화를 알게 되면, 다시 한번 그림이 주는 의미에 ‘감동 두 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사랑의 감동들을 접하기가 힘들 것 같다. 얼마 전 일본 중년 부부들의 금실을 조사한 신문 기사를 봤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상대와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 남편들의 41%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아내들은 26%만 긍정했다. 거꾸로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면 인생의 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아내들이 65%, 남편들은 45%였다. ‘부부는 죽은 뒤 무덤에 묻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변한 남편들이 49%, 아내들은 34%였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같으면 좋으련만, 이렇듯 다르니 남편 된 처지에서 서글픈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죽은 후에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랑은 이제 신화 속에만 남을 터인가. 아내와 남편에게 묻기 전에 제 마음에 새겨볼 일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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