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김 명

[김명]빈(貧), 처(悽)

문선정 2018. 2. 13. 14:03

빈(貧), 처(悽)


김명







  150일째다

  이른 시간 의정부 고용보험공단 5회 차 실업수당 신청하는 날

  인터넷 구인정보 검색 한 달

  전 직장 동료와 동창에게 전화 넣은 지 한 달


  장마가 있었고 무더위로 전력사용이 최고치로 올라 갔고

  고속철 고장으로 환급소동이 일어나고

  4대강 유역은 비만 오면 제방이 무너지고

  희망버스는 희망을 싣고 부산으로 분연히 내려가고

  일본에선 대한민국이 여자 격투기 선수가 일본 개그맨과 피가 터지는 격투 개그를 하고

  나가수엔 자우림이 합류하고

  매일 뒹굴뒹굴해도 오감의 촉수는 활짝 열어놓는데 괜히 이리저리 움직여도 보는데

  움직이는 만큼 돈이 들어와 가족이 흥분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방 콕 하는 녹슨 몸을 

  아내는 가자미눈으로 쳐다보는데

  아이들은 맨숭맨숭 쳐다보는데

  오늘은 잘 쉬고 있다고 수당 신청하는 날

  아이들 좋아하는 라면 한 상자 기분 좋게 그림 그리는 날






<김명 시집 : 잠실역 1번 출구 버스 정류장 / 책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