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임재정

[임재정]새벽 네 시의 지느러미

문선정 2017. 10. 23. 02:41

- 새벽 네 시의 지느러미

 

임재정

 

 

  불빛, 벽지를 흘러내리는

  녹, 대못 친 쪽창의 붉은

  뒷골목, 술취한 자들이 괴춤을 푸는

  노상방뇨, 나는

 

  어쩌다 물 냄새에 웅크리

  사구의 한 움큼 모래, 밤이면 사막 한가운데 끌려가서

  물기란 다 빼앗기고 쫓겨오죠

  늘 이런 식이에요 새벽은, 죽지 않을 만큼만 말예요

 

  종소리가 들어올린 새벽 네시 십자가 아래, 토사물 엉긴 구두 멏 컬레 모여들어요 무릎 꿇고 나는 올려다봅니다 뾰족탑 꼭대기 두 팔 벌려 못 박힌, 당신이라는 물기

 

  (누가 이마에 피뢰침을 꽂았을까요)

 

  뾰족탑에서 흘러내려 비좁은 나의 창문으로 스며드는, 당신 귓볼에서 더러운 발끝까지 입 맞추는 그때만큼은 내게도 지느러미가 돋는 때

 

  메마른 몸으로 당신 씻을 수 있다면

 

  불경스럽지만, 다행이에요 이렇게라도

  흔들린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