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장석남

[장석남]쌀을 줍다

문선정 2016. 8. 30. 23:18

쌀을 줍다


장석남


항아리에서 쌀을 푸다가그만 한 홉을 쏟고 말았죠. 순간 파도가 낙망이 왔죠. 눈 달린 쌀들, 참으로 거룩한 웃듬들의 흩어짐. 점점이 흩어진 흰쌀들의 표정만은 점잖은 꽃밭이ㅇ겠습니다만 내 피의 눈은 거기 슬픔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내 살 속에 아주 깊이 숨었던 영들이 화르르 깨어나는것을 알았죠. 그것은 결코 가벼울 수 없눈 에피쏘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혼자 저녁밥을 짓는 고요한 시간의 주름도 한 원인은 원인이었겠죠.


그만 쪼그려 앉아 두 손바닥을 모아 쓸어담고 움켜쥘 수 없이 흩어진 쌀알들을 두고는 그대로 쓸어버릴까 하다가 다시 한 알씩 줍기 시작했죠. 어떤 먹먹한 기운이 심장 깊은 곳에서 하나의 손길을 뽑아내는 것이었죠. 나의 손은 그 손의 움직임을 하나씩 하나씩 줍고 그것들은 조금씩 사이사이에 쌓이며 그 저녁이 되고 두툼한 슬픔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것을 알았죠.뼈 끝 간절한 조상들의 피가 되고 말씀이 되는 것을 알았죠 그러다가 마침내는 한 청량한 별의 무리가 되는 것을 느꼈죠.


쌀을 쏟고 

순담 돌려온 낙망의 어머니가

처디찬 겨울 밤하늘을 천둥처럼 울렸으니

쌀의 눈처름 흩어진 별자리여

나의 발자국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