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송찬호
[송찬호]모란이 피네
문선정
2016. 8. 17. 20:28
-모란이 피네
송찬호
외로운 홑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탖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 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 놓는 모란 보자기
시집『분홍 나막신』2016.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