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문성해

[문성해]흔들린다

문선정 2015. 10. 23. 10:05

흔들린다


문성해







풀들은 아침을 먹고 나서도 흔들리고 낮잠을 자면서도 흔들린다

늙은 개가 뭉뚝한 코를 들이대며 쉰내를 풍겨도 흔들리고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매연과 소음에도 흔들리고

천변(川邊)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코를 찔러도 흔들린다


내가 어슬렁거리며 적막한 하나를 그곳에 더 보태며 걷고 있었을 때나

주먹 속에 손톱을 박고 고사목 하나로 서 있었을 때

나를 에워싸고 흔들리던 그 무수한 술렁임들

신에게 받은 소토으이 수단이 그것 하나밖에 없어

너희들은 외줄기 혼으로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