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최호일

[최호일]아쿠아리우스

문선정 2013. 12. 4. 02:25

아쿠아리우스


최호일




나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

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정한수 떠 있는 밤

물병자리의 가장 목마른 별 하나가

잠깐 망설이다 반짝 뛰어 들었다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

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

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

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

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아니, 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에게

논물 썪인 술 한 잔 얻어 마시고

취한 만큼 내 안의 고요를 엎지르고 싶다

한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 냉장고 문을 열면, 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물병자리 별,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에게 남치 당해 신들에게 술을 따르는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의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