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강인한
[강인한] 빈 손의 기억
문선정
2013. 5. 30. 14:03
빈손의 기억
강인한
내가 가만히 손에 집어든 이 돌을
낳은 것은 강물이었으리
둥글고 납작한 이 돌에서 어떤 마음을 읽었다
견고한 어둠 속에서 파닥거리는
알 수 없는 비상의 힘을 나는 느낀다
내 손 안에서 숨 쉬는 알
둥우리에서 막 꺼낸 피 묻은 달걀처럼
이 속에서 눈 뜨는 보석 같은 빛과 팽팽한 힘이
내 혈관을 타고 심장에 전해 온다
왼팔을 창처럼 길게 뻗어 건너편 언덕을 항하고
오른 손을 잠시 굽혔다가
힘껏 내쏘면
수면은 가볍게 돌을 튕기고 튕기고 또 튕긴다
보라, 흐르는 물 위에 번개 치듯
꽃이 핀다, 핀다, 핀다
돌에 입술을 대는 강물이여
차갑고 짧은 입맞춤
수정으로 피는 허무의 꽃송이여
내 손에서 날아간 돌의 의지가
피워내는 아름다운 물의 언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빈 손아귀에 잠시 머물렀던 돌을 기억할 뿐
◇◇ 나를 바깥 세상으로 풀어넣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장소는 강물이었으리.
객관화된 자신에게 강물에게 돌에게 하고 싶은 말 다 해놓고
"나는 알지 못한다"
"잠시 머물렀던 돌을 기억할 뿐"
이라고 저리 능청을 떠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