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고정희

[고정희]히브리전서

문선정 2011. 7. 27. 00:31

- 히브리전서

 

                                                             고정희

 

 

한 사나이가 언덕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한 사나이가 언덕을 오르고

한 사나이의 이마에

두 줄기 핏방울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 사나이가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오르다 쓰러지고

맨 살의 등줄기에 매섭고 긴 채찍이

수없이 내리치고 있었습니다.

 

사나이는 쓰러지고

불볕같은 햇빛아래 사내는 지쳐 쓰러지고

갈릴리 해변은 한없이 적막한 바람에 뒤덮이고 아,

한 사내가 골고다 언덕에 다시 쓰러지고 있었습니다.

 

목말라 비틀거리는 사내는 자기 키보다

더 큰 나무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로 골고다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마리아, 그녀의 한에 절은 눈물과 가슴을 외면한 채

주검보다 무거운 고독에 짓눌린 

마리아 그녀의 폭탄 같은 오열을 외면한 채

사나이는 먼 곳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 사내는

대학을 다닌 적도 없습니다.

부귀를 누린 자도 아닙니다.

권력을 가진 적도 없습니다.

그럴싸한 명사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

 

가난한 거리와 버림받은 이웃과

냄새나는 유대의 거리 그 천한 백성들의

눈물과 한숨이 있었을 뿐입니다.

 

율법의 두 발 묶인 죄의 사슬로부터

무섭도록 외로운 삶의 멍에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이 불쌍한 무리들

동정받을 일 밖에 없는 히브리의

단 하나 친구인 그리스도는

가진 것 없는 당신 주제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줘야만 했습니다.

 

처음엔 기적을,그 다음엔 정신을

그 다음엔 영혼을,그 다음엔 전 생애와 주검까지도

죄 많은 유대에게 넘겨줘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부활까지라도 그

찢어지게 가난한 히브리에게

무더기로 넘겨준 사내, 멋진 사내 예수

 

그는 공부를 많이 한 적도 없습니다.

세도의 가문은 더욱 아니고

오직 별볼일 없는 갈릴리 어촌의 목수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세상 죄 다 짊어지고

피 한방울 남김없이 다 쏟아버린

그 사내가 성 금요일 오후 세시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성당에 휘장이 갈라지고,

그를 본 영혼들은 한꺼번에 쩍,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