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고성만

[고성만]슬픔을 사육하다

문선정 2011. 7. 4. 00:17

- 슬픔을 사육하다

 

    고성만

 

 

  눈코입 오목조목한 여자를 얻어

  재우고 입히고 먹이고 학교보내고 싶어

 

  그 여자 결혼하여

  그여자 닮은 딸 낳으면

  저녁 문간에 걸어둔

  가녀린 등불 하나

 

  왜 가끔 싱청 생각이 나나 몰라 젖동냥 길러주신 아비께 눈물밥 지어올리고 상머리에 앉아 이것은 밥이요 이것은 반찬이요 떠 넣어드리는, 제 몸 팔아 아비 개안시키는 자식 되었다가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입 안 가득 하모니카를 불다가

 

  어느 추운 겨울날 부모 살릴 생명수 구하러 홑껍데기 누더기 걸치고 고꾸라졌다 일어서서 서천서역국 찾아가는 바리데기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면서

 

  지긋이 물속에 잠겨

  초점 없는 눈동자 위로 툭

  떨어지는 꽃송이들

  황금색 몰약같은 꿈 다시 꾸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