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김경성

[김경성]두레박

문선정 2011. 1. 24. 11:27

 

- 두레박

 

 

                           김경성

 

 

 

 

 

노을 진저리쳐지게 붉다

가창오리 떼,

갈대꽃으로 칭칭 동여맨 천수만 물의 끝을 붙잡고

하늘로 오르고 있다

하늘 높이 퍼 올리다가 기우뚱, 붉은 물

논바닥에 쏟아버렸다

온통 붉디붉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지워지고 같은 빛깔이 되었다

노랑부리저어새 뜯어진 물결 위에 부리를 대고

미처 퍼 올리지 못한 물의 뼈를 솎아내고 있다

천수만 물을 퍼 올리는 가창오리 떼,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레박이다

 

 

  

                          - 김경성 시집 : 와온 / 문학의 전당, 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