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이병률
[이병률]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문선정
2010. 9. 26. 21:22
-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이병률
며칠 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우는 새들의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 줄 걸 그랬나, 발이 젖어 멀리 날지도 못하는 새야
지난 날을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두운 밤 병 하나 말갛게 싯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차 무거워진 달을 두어 곱 지나 붉게 붉게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 보아라
<이병률 시집 : 바람의 사생활 /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