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나희덕
[나희덕]야생사과
문선정
2010. 8. 11. 04:24
- 야생사과
나희덕
어떤 영혼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붉은 절벽에서 스며나온 듯한 그들과
목소리는 바람결 같았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흘러가는 구름과 풀을 뜯고 있는 말
모든 그림자가 유난히 길고 선명한 저녁이였다
그들은 묽은 절벽으로 돌아가며
곁에 선 나무에서 야생사과를 따주었다
새가 쪼아먹은 자리마다
개미들이 오글거리며 단물을 빨고 있었다
나는 개미들을 훑어내고 한입 베어 물었다
달고 시고 쓰디쓴 야생사과를
그들이 사라진 수평선
내 등 뒤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바람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그들이 건네준 야생사과를 베어 물었을 뿐인데
<2010년 「시인의 눈」이 선정한 오늘의 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