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정호승

[정호승]타인

문선정 2010. 4. 28. 17:26

- 타인

 

                                                       정호승

 

 

내가 나의 타인인 줄 몰랐다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공연히 나를 힐끔 노려보고 가는 당신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내가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당신이

산을 오를 때마다 나보다 먼저 올라가버리는 산길이

꽃을 보러 갈 때마다 피지도 않고 먼저 지는 꽃들이

전생에서부터 아이들을 낳고 한집에 살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고 말하는 당신이

나의 타인인 줄 알았으나

내가 바로 당신의 타인인 줄 몰랐다

해가 지도록

내가 바로 나의 타인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