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천양희

[천양희]마음의 지진

문선정 2010. 3. 19. 11:37

  - 마음의 지진

 

 

                                             천양희

 

 

 

 

제 이름 부르며 스스로 울어봐야지

제 속의 비명을 꺼내 소리쳐봐야지

소나기처럼 땅에 패대기쳐봐야지

바람에 몸을 길들여봐야지

늪처럼 밤새도록 뒤척여봐야지

눈알 속에 박힌 모래처럼 서걱거려봐야지

사랑 때문에 허리가 남아돌아봐야지*

어느날 문득 절필해봐야지

죽어라고 살기 위해 잡문을 써봐야지

사람 때문에 마음바닥이 쩍쩍 갈라져봐야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봐야지

마침내 갈 데가 없어봐야지

 

그때야 일어날 마음의 지진

 

* 정끝별의 시「춘수」에서

 

 

                      천양희 시집 : 마음의 지진 / 창비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