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2010. 2. 24. 20:58
- 장항선 4
문동만
내 서툰 사랑법은 방생이 아니라 가두리였다
내가 당신한테 아무 기대 없듯이
댓가 없는 선물을 툇마루에 놓아두고
밤기차 타듯이
지나치는 역사(驛舍)처럼
잊을 건 잊고 기억할 건 기억하여서
불빛이 아슴아슴한 먼 집이여
지그시 눈감으면
설움도 아련한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초로의 한 여인이 팔다 남은
젓갈광주리를 버겁게 이고 내리는
그 내려보지 못한 간이역에 내리어
낯설고 담담한 내가 되어
다시 새벽 첫차로
당신에게 가면 되는 것을
포기도 사랑이리
낯선 내 모양도
다시 서툰 내 사랑법이다
문동만 시집 : 그네/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