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랙
제 목 : 블랙
감 독 : 산제이 릴라 반살리
출 연 :
<-- 아미타브 밧찬(사하이 선생님 역),
<-- 라니무커르지(미셸 역),
<-- 아예사카푸르(어린 미셸 역),
<-- 쉐나즈 파텔(캐시 맥날리/미셸의 엄마 역)
소리는 침묵이 되고, 빛은 어둠이 되던 시절,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한 소녀의 희망의 메시지!
세상이 온통 어둠뿐이었던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8살 소녀 ‘미셸’. 아무런 규칙도 질서도 모르던 ‘미셸’에게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의 부모님은 마지막 선택으로 장애아를 치료하는 ‘사하이’ 선생님을 부르고 그에게 그녀를 맡기게 된다. 그녀가 집에서 종까지 단 채 동물처럼 취급 당하는 것을 본 ‘사하이’ 선생님은 ‘미셸’의 눈과 귀가 되어주기로 결심하고, 아무 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녀에게 말과 소리 그리고 단어 하나 하나를 수화로 가르치기 시작한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굳은 믿음과 노력으로 끝내 그녀에게도 새로운 인생이 열리고 그녀를 세상과 소통하게 해 준 마법사 ‘사하이’ 선생님은 세상에 첫 걸음마를 내딘 ‘미셸’의 보호자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씩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미셸’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사하이’ 선생님은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그녀 곁을 떠난다. ‘미셸’은 ‘사하이’ 선생님을 애타게 수소문하는 한편, 그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인생은 아이스크림이에요. 녹기 전에 맛있게 먹어야죠!"
사하이 선생님의 이 대사 한 구절이 내 가슴 언저리에 반짝이는 새벽별처럼 다가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시절은 언제였더라...
생각해보면, 큰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작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아이들을 돌보며
남편의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바지란스럽게 움직였던 시절...?!
피곤한 몸으로 퇴근을 하는 남편을 마중하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태우며 남편을 기다렸던 30대의 시절이 가장 맛있게 살았던 시절...?!
그리고 왜 또 없겠는가.
되돌아보면 아쉬운 것 투성인 내 청춘의 장면들이 필름처럼 스친다.
웃고 울고 지나간 세월의 앨범들을 뒤로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가 하면,
스스로도 부끄러워 눈을 질끈 감아야 하는 순간도 있었음을...
다양한 모습으로 꿈을 그리던 20대에 나는 왜 더 뜨겁고 더욱 더 멋진 모습으로 살아내지 못했을까.
왜 더 열정적이지 못했을까. 왜 그러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 가운데께가 쓰리고 아려오는 것일까.
내겐 가장 큰 아쉬움이다. 안타까움이 밀려오고 더불어 미련이 남는 것이다.
내 배움의 욕구가 한창 무르익어 충만해 있을때, 나는 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이라는 것을 택했을까.
그렇다고 내 사랑을 놓고 후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 이외에 나를 둘러싼 중요하다 결정지었던 것에게 더 치열하게 달려들어 성취라는 맛을 보았더라면...
언제부터인가 이런 아쉬움으로 가끔씩 이 못난이의 가슴이 미어져오곤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나는 못난이들이 더 많은 세상이 좋다.
신의 미완성품인 못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나 또한 미완성품으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걱정 근심 염려는 조금만 해도 되니까...
미완성품인 사람들은 항상 뭔가를 찾아헤매이게 되어있다. 더듬더듬...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너무 빠르게 꿈을 쫓다보면,
걱정이 습관이 되고 근심이 습관이 되고, 염려가 습관이 되어 인생 자체가 스스로 공격적인 사람이 된다.
이렇게 거친 세상과 맞서 처절하게 싸우다 전투에 지친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병상에 누워있으며,
또는 너무 빠르게 무덤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나는 고백한다.
내 삶을 다듬는데 나는 결코 둥글지 못했으며 홀로 서는 것에 익숙치 못했다.
늘 누군가를 의지해야했고, 누군가 나를 일으켜주리라고 믿고 살았다.
그러나 삶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은 것이어서 가끔은 혼자서 슬퍼하는 일과 아파해야 하는 것이 숙명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려서부터 나의 아버지는 늘 나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 주었다.
"저 아이는 잘 살 거야. 눈이 살아있잖아."
막내 딸을 결혼 시키고 첫아이를 낳은 우리 집에 다니러 오신 친정 아버지는 엄마에게
"봐, 내가 뭐랬어 이렇게 잘 살잖아. 쟤는 언제나 잘 살 거야. 내가 장담해! "
돌아가실 때까지 이런 말을 해 주신 아버지의 말씀은 내가 힘들어 넘어져있을 때, 가장 용기있게 일어설 수 있는 지팡이가 되어주곤 했다.
'그래, 난 잘 살 수 있어. 지금은 이렇게 힘들어도 내 인생에서 실패는 없어. 내 인생은 결코 힘들지가 않을 거야. 자신 있어! '
이렇게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말씀은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도구였고 누군가에게 늘어놓을만한 자랑거리였고 오늘 날까지 나를 지탱하게 해 준 지팡이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내 아버지의 말씀대로 내 인생에 힘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은 늘 순조로울 것을 장담한다.
요즘들어 나는 걱정, 근심, 염려, 불만과 두려움을 줄이는 훈련을 한다.
그리고 나의 병이 다 나았음을 시인한다. 인정한다.
할렐루야. 하나님 아버지 고맙습니다. 저는 승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영화 블랙에서 여주인공 미셸은 어둠속 세상에서 홀로 자신의 삶을 지휘하는 당당하고 멋진 오케스트라 단장이다.
멋진 오케스트라 단장의 자리에 올려준 사하이 선생님의 희생의 능력은 헬렌켈러의 원작을 끌여들였지만, 내용을 끌어가는 전개의 완성도를높여주고 싶다.
어느날 갑자기 우리 한국영화가 눈에 띄게 좋아져 한 때 나는 한국영화에 몰두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훌륭한 한국영화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김기덕의 영화세계를 더 이상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움이 크다.)
헐리우드에서 한국영화의 붐이 일어날 즈음부터 프랑스에서는 일부 한국영화만 보는 동호회도 생겨났었고, 드물지만 한국영화만 대여해주는 비디오대여점도 성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마저도 느꼈을 정도였으니까.
요즘 개봉하는 인도영화를 보면 그 때의 기분을 느끼면서 살짝 불안함이 밀려오는 것은, 이러다가 우리 한국영화가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긴장감이 엄습해오기도 할만큼 인도영화는 확실의 다시금 과도기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어 블랙마저도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한 감정을 끌어내주는 배경과 대사 인물로 공감도를 높이고 전개의 형식이 잘 다듬어진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어린 미셸 역의 아예사카푸르와 성인 미셸역의 라니무커르지가 보여주는 놀랄만한 완벽한 연기마저도
우리가 누리는 공기, 바람, 꽃, 보잘것 없는 풀씨 등 모든 것에서 감사를 배워야 하는 영화로 남겨지기에 충분하다.
사하이 선생님과 미셸을 통해,
달팽이가 산을 오르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비가오는 날에도 거미가 집을 짓는 방법을 일러 주었고
거북이가 사막을 건너는 비밀을 알려 주었으며
어둠이 필사적으로 덮치는 날에도 항상 빛을 향해 걸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명대사를 내어놓았다.
블랙이라는 색의 의미는,
검은 색은 어둡고 갑갑한 색이 아니라
성취의 힘이고
지식의 힘이며
졸업가운의 색이며
우직함으로 싱그러움을 향해 발돋움 하는 시작의 의미이며
희망을 가르켜주는 영원한 하나님입니다... 라는 의미를 제시해주고 있다.
구리 롯데시네마. 많고 많은 빈자리.
스크린 앞에 달랑 열 한 명의 관람객,
그 속에서 연두씨 홀로 앉아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에 좋은 기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기특한 우리 연두씨!
오늘도 눈물은 쉼없이 흐르는 것을 막지 못해 충혈된 눈을 감추기 위한 썬글라스를 준비하는 센스는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