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제 목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감 독 : 데이비드 핀처
출 연 : 브레드피트, 케이트 블란쳇, 태라지 P, 헨슨, 줄리아 오몬드
감 상 : 문선정, 한다빛
지난 날의 젊었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생애 가장 반짝이는 추억으로 기억되리라.
생생하고 가쁘게 살아온 기쁘고 슬펐던 나날들...
어머니의 자궁을 통과해 세상의 빛을 보고 나올 때 누구나 공평하게 한 生을 선물 받는다.
하! 이 순백의 반듯한 생의 여백!
무엇이든지 시작하면 실수 투성이, 그래도 가슴 설레이는 세상살이 시험을 치루면서
사랑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기쁨에 대하여
슬픔에 대하여
눈물 반 웃음 반인 삶에 대하여
이런 인생에 대하여 나름 정답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쓰면서 나이를 먹는다.
답안지를 작성하다 보면 정답인가 하면, 오답인 것도 부지기수로 많아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이 길이다 싶었는데... 전혀 다른 방향의 길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 했을 때의 상실감에 상처를 입고
다시 또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안고 길을 떠나는 나이의 무게가 만만치 않게 무겁다는 것을 느끼는 즈음에야
인생에 대한 간이 조금 배었다고 할까.
인생은 이런 거구나! 했을 때 뒤를 돌아보면 창창했던 내 젊음이 저만치서 나이들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안녕!
하며 손흔드는 젊음을 뒤로 하고 헛기침 한 두 번 하고 다시 길을 갈 때는 걸음걸이가 조심스럽다.
무엇이든지 하기만 하면 잘 될 것 같은 처음 시작 할 때의 실수 투성이였던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것이다.
느림의 맛을 보며... 천천히... 천천히... 걸으려 한다.
생을 다 할 때까지 시간과 동행하여 가야하는 生.
그러나 우리의 느린 걸음걸이에 발 맞추어 시간은 느리게 걸어가 주지 않는다.
시간은 점점 기운이 없거나 여유를 부리려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주저앉아 쉬고 있을 때 시간은 야멸차게도 제 갈 길 간다.
시간과 멀어지며 마주치는 것은 흐릿하게 스쳐지나며 일회성인 것들의 투성이다.
사랑해 주고 싶지만 곁을 주지 않는 것들...
만져주고 싶지만 만져지지 않는 것들...
더 오래 보고 싶지만 보여지지 않고 멀어지는 것들...
오래오래 영원히 기억으로 새겨두고 싶지만 흐려지는 것들...
이윽고 말도 없이 조용히 미끄리지듯이 까무룩 사라지는 것들...이 무수하다.
세상엔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완벽한 아름다움도
완벽한 미움도
완벽한 사랑도
완벽한 여자도
완벽한 남자도
완벽한 인생도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 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영원한 것은 영원한 잠을 자는 것. 즉, 죽음에 이르러야 영원한 것이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인간의 생을 거꾸로 거슬러 살아가는 돌연변이를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점점 늙어가는 여인과
점점 젊어지는 남자가
가장 멋있는 사랑을 나누었던 중년의 어느 멋진 나날들은 영화에서 최고의 행복으로 초점을 맞춘 것은
인생의 황금기를 중년으로 결론 지었을 것이기에 가장 아름답고 당차게 꾸몄던 장면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늙어가는 여인의 기억에 가장 아름답게 사랑했던 사람
젊어지는 남자의 기억에 가장 아름답게 사랑했던 사람. 이 시기에 두 사람은 맘껏 행복을 누린다.
사람의 생각은 오래 될 수록 녹슬기 마련이다.
늙어가면서 낡고 오래된 것들을 안고 살아 가는 것이 인간이다.
달콤했지만 쓴 맛도 배어있는, 애증이 되어버린 낡은 것들을 버릴 수가 없기에...
세월이 갈 수록 점점 젊어지고 청년이 되고 아이가 되는 남자는 자신이 기억도 없는 슬픈 생을 살았는지조차도 모르고 세상에서 사라진다.
어찌보면,
어머니의 자궁을 통과해 한 평생 살다 늙어 병들어 병원 침대에서 손가락 하나 꼼짬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生이나
늙은 모습으로 태어나 한 평생 살다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生이
마지막은 흙으로 돌아가는 진리는 같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 가는 것은 마찬가지지 싶다.
어느 방송 프로에서 들은 말이 생각 난다.
"인간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신이 잠깐 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신께서 빌려 준 이 젊음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놓치기 싫어 얼마나 많이 아쉬워 하는가.
현대 사회는 날이 갈수록 성형이 유행처럼 번졌다가 이제는 당연시 되어진지 오래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젊어보이기를 원하는 사람들.
신께서 잠깐 빌려준 젊음과 아름다움을 인간의 힘으로 연장시키려는 욕심은 이젠 욕심이 아닌 당연한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원작의 내용이나 감독의 의도는 순리를 뒤로 하고 성형이 당연시 되어지는 이 현실을 직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만약, 성형 기술이 지금보다도 발달되어 몸은 젊어지고 정신은 낡아가는 삶... 이 있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순리를 벗어나 돌연변이처럼 무언가 만들어지는 것은 신선함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가끔 순리를 뒤집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길 때...
그 무수한 버팀의 시간들을 두려움과 끔찍함과 함께 생을 다해야 한다면 인내와 끈기로 생을 마감한들 무엇하겠는가.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어떤 상황이든 내 현실의 삶을 사랑하며 하루에 딱 하루치의 분량만큼씩만 늙어 갈 것이다.
이제 나이 들어 늙어가는 것도 감사하며 살자는...
2009. 2. 18
PS :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만났다.
좋은 영화를 만났을 때 원작을 놓치고 싶지 않기에,
원작 소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읽어야겠다.
기억에 남는 대사 :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
누군가는 음악의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
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알고
누군가는 그냥 어머니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산다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은 꿈을 잃는 순간 고깃덩어리와 같아지는거야...
아래의 내용은 딸의 12세 생일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득도 한것 같다.)
근데 내 경우엔... 네가 원하는 누군가가 되기엔.. 내가 너무 어리구나.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는데... 시간의 제약은 없단다.
넌 변할 수 있고 혹은 같은 곳에 머물 수도 있지. 규칙같은 건 없는 거니까.
최고로 잘 할수도 있고, 최고로 못 할 수도 있지.
난 네가 최고로 잘 하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너를 자극시키는 뭔가를 발견해 내기를 바란다.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껴보기 바란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 바란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를 바란다.
어린 데이지로 나오는 꼬마는 다코타 패닝의 여동생 엘르 패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