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2008. 11. 8. 00:25

- 쫓기달래

 

                            백석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사나운 주인이

마소처럼 부리는

오월이는 작은 종

그 엄마는 큰 종.

 

하루는 그 엄마

먼 곳으로 일을 가

해가 져도 안 왔네

밤이 되도 안 왔네.

 

오월이는 추워서

엄마 찾아 울었네.

오월이는 배고파

엄마 찾아 울었네.

 

배고프고 추워서

울던 오월이

주인집 부엌으로

몸 녹이러 갔네.

부엌에는 부뚜막에

쉬찰밥 한 양푼

주인네 먹다 남은

쉬찰밥 한 양푼.

 

오월이는 어린아이

한종일 굶은 아이,

쉬찰밥 한 덩이

입으로 가져갔네.

 

이때에 주인 마님

샛문 벌컥 열었네,

밥 한 덩이 입에 문

오월이를 보았네.

 

한 덩이 찰밥을

입에 문 채로

오월이는 매 맞았네

매 맞고 쫓겨났네.

 

춥디추운 밖으로

쫓겨난 오월이

캄캄한 어둔 밤에

엄마 찾아 울었네.

 

행길로 우물가로

엄마 찾아 울다가

앞터밭 밭고랑에

얼어붙고 말았네.

 

주인집 쉬밥 덩이

먹지도 못하고

어린 종 오월이는

얼어 죽고 말았네,

엄마도 못 보고

얼어 죽고 말았네.

 

그 이듬해 이른 봄

얼었던 땅 풀리자

오월이가 얼어 죽은

앞터밭 고랑에

남 먼저 머리 들고

달래 한 알 나왔네.

 

이 달에 어떤 달래

곱디고운 붉은 달래,

다른 달래 다 흰데

이 달래 붉은달래,

쉬찰밥이 붉듯이

이 달래 붉은 달래.

 

쉬찰밥 한 덩이로

얼어 죽은 오월이,

원통하고 슬퍼서

달래되어 나왔네,

쉬찰밥이 아니 잊혀

쉬찰밥빛 그대로,

엄마가 보고 싶어

이른 봄에 나왔네.

 

사나운 주인에게

쫓겨난 죽은

불쌍한 오월이가

죽어서 된 이 달래,

세상 사람 이름지어

쫓기달래.

 

이 달래 가엾어서

이 달래 애처로워

세상에선 이 달래를

차마 못 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