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야생화, 인연 / 문숙자님의 시
야생화, 인연 / 문숙자
꽃을 찍는다는 것은 꽃에게 미안하고 풀에게 미안하다
차르르 내리는 햇살에 몸을 담그고 가만가만 졸고 있는 꽃들의 단잠을 깨우는 것 같기도 하여서
또 졸고 있는 꽃들을 감싸고 있는 비릿한 풀을 짓이기고 들어가기가 더욱 미안하여서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미 나와 힐끗 눈이 마주친 이름 모를 그에게로
내 그림자는 어느새 자박자박 걸어가고 있는 것을 어쩌랴
인연이란 것이,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워야만 하는 것이 인연이겠는가
내가 먼저 다가가 최대한 몸을 낮추곤 꾸벅 졸고 있는 그의 하루 중
순간을 빼앗아서라도 짧지만 귀한 인연으로 맺고 싶은 때도 있는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애절했으면 한다. 그러면
그도 저절로 내 가슴에게로 스며들어 오겠지 하는 짜르르한 느낌이 더 감칠나다
느껴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담고 싶은 나는 오늘 밤 그의 꿈을 꾸겠지
혼자만의 짝사랑이라 해도 억울하지 않다
꼴깍, 침넘어가는 소리를 감추면서 그에게로 다가간다
작지만 치열한 삶이 꿈틀 움직거리는
나와 닮아있는
이들의 生이 마냥 신기하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