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세상 1/삼청동 나들이
가을 마중, 삼청동
문선정
2008. 10. 8. 23:06
언제쯤이면, 언제쯤이면...
차곡차곡 담아두었던 말들을 꺼내어 편지를 쓰고 우체통에 넣을 수 있을까.
일단은,
더 많이... 더 많이 사랑 하기로 하자.
가을, 여전히 사랑스럽더라.
맛나게 가을을 들이키는 사람들은 더욱 더 사랑스럽더라.
가을이 희망하는 것도
우리가 희망하는 것도
이건 모두가 사랑이다.
사랑 아래서 잠들고
사랑 아래서 울고 웃고 토닥거리고
사랑 아래로 날아오르고
나의 가을을 이렇게 풀어헤쳐 편지를 쓰고 싶다.
아직은 써지지 않는 미세한 슬픔의 조각들...
지난 계절에 못다한 말들...
비틀대는 바람에 길을 잃고 헤매이던 말들...
얕은 바람에 숭숭 달아나던 말들...
위태롭게 손을 흔들며 나를 버리고 떠나던 말들...
오늘, 언어의 발자국의 행방이 궁금하다.
나는 기원한다!
다시 돌아와 적막한 나의 그림자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신생의 바람이 내 몸을 옭아매고
나는 오래도록 길을 걸었네
걸을 때마다 바람의 품안으로 안기었네
바람은 여전히 부드러웠네
가을이 내리네
세상이 젖어가네
지금 내리는 가을은
화안하게 빛을 내며 나를 휘젓네
오메~ 가을에 흠뻑 젖고 말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