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세상 1/두물머리 기행

오랜만에 들러 본 두물머리

문선정 2008. 9. 19. 22:59

                   

                       

 

病을 들고 오는 불청객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왜 오는 건지...
바람 타고 강을 건너 산을 넘고 들판을 지나 왜 하필이면 나에게 왔는지
나는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를 못하겠더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를 희망으로 만드는 작업에도 한계가 있더라
간혹 내 의지를 시험하는가 싶어 이를 앙~ 물고 버텨보기도 하지만
견디기 힘든 때도 종종 있더라

 

세상사 인간사 참으로 허무하더라
이런 험난한 일에 맞닥뜨리고 보면 정녕 도망갈 곳이 없더라
모든 것이 아쉬운 것 투성이고 미련덩어리 투성이더라
다 쓰잘데기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쉬움도 미련도 종내는 내 속으로 스며들고 말더라

눈치 없는 사람들이 가끔씩 내게 물어 오더라
어떻게 버티어내느냐고...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런시선들이 나를 더 힘들게 할 때가 있더라
그럴 때일수록에 나는 더 웃는다고
위장된 웃음이라도 좋으니 웃으면서 살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나에게 주문을 건다고
다른 이에게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위장을 한다고
내 눈물을 내 슬픔을 함께 겪어내야 할 사람들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버렸다고 얼버무리는 것에 익숙해 지더라
그리곤,
언제나 어디에서나 주인공은 늘 "나" 였다는 걸...

왜 늦게서야 알았는지
그렇다고 이제 와서 함께 했던 모든 걸 놓아버릴 수도 없기에
그래서... 더 많이 외롭고 더 많이 춥더라도 여태껏 들고 가던 모든 것을

힘겹더라도 구부정해진 몸으로 간신히 껴안고서라도 갈 수밖에 없더라. 고

나 아직도 살아 걸어다님을 단단히 일러준다.

어쩜, 모든 것이 이렇게 무심할 수가...

나는 이렇게 아픈데...

너무 아파서 햇볕을 보기도 힘든데...

나 病들기 전 발걸음을 했던 두물머리 강가로
푸른 하늘이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지난 해 굵은 비에 한 쪽 팔이 떨어져 몸 다쳤던 나무도 새 가지가 자라나 건강한 것도
발목을 따라다니는 흙먼지를 이렁이렁 흔들면서 지나가는 바람마저도

모두가 무심한듯,

어제도 오늘같고, 오늘도 어제같으니
내일도 오늘 같을 거라더라


모두가 이렇게 무심한 듯 제 자리에 머물고 있으니

나, 이렇게 무심하게 두물머리를 지나가는 거라

 

 

 

 

 

 

 

 

 

 

 

 

 

 

 

 

 

             

 

 


 

 

 


 Hodoo/Urna Chahar-Tug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