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2007. 1. 4. 05:43
 
마라톤 / 문숙자
 
 
여기는
생의 한 가운데 위치한
43.365km 지점
여기. 사람 하나 지나간다
하루에 0.001km의 거리만큼
제가 제 숨 덜어내며 굴러 가야하는
길 어디쯤에서
세상사를 통달한
늙은 여우와의 타협에
와지끈 밟혀 구겨지기도 하지만
하 입 벌리면
꿀물 같은 출렁한 바람이
빈속을 채워 주더라고
한 살 고개를 넘는 출발점에 서
커튼처럼 흔들리는 하늘에 산에 강에
자잘한 일상의 식은땀을 날리면서
구르고 또 구르는 일 또한
거리제한 없이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