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여, 고마워요!/오-늘, 하루는

한 마리 어여쁜 사슴으로 살아가리라고...

문선정 2008. 2. 22. 20:43

밤마다 잠을 설치더니... 어제 새벽녘에는 나도 모르게 서재문을 잠그고 기도를 했다.

ㅎ~ 염치없는 것... 그렇게... 그렇게... 신을 거부하더니...

나 살고자 하여,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얼굴을 파묻고 기도를 하는 거였다.

사람 마음이... 내가 이렇게 간사하다는 것을...

당당함으로 쥐락펴락 했던 자신감이 한 순간에 이렇게 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내게 달려든 고통이 얹어진 생명을 이제 온전하게 신께 내어주고 온전하게 관리를 해 달라는...

절절하게 부탁을 하는 염치없는 인간이 나란 말이다.

 

어쨌든, 나는 뻔뻔하게도 서서히 기도라는 중독성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덕분에(?) 오늘은 노래도 흥얼거리고 평소 하던 것처럼 집안 일을 말끔히 해 치웠다.

내 집...

내가 아끼는 것들 투성이로 장식된 내 삶의 쉼터.

나는 유난히 집에 대한 애착이 심하다.

어려서부터 내 물건에 대한 애착이 심하더니... 새 것보다는 옛것을 더 아끼고 사랑스럽게 여겨지는데 어쩔 수가 없다.

내 손 때가 묻어 반들반들해 진... 집 안 구석구석들...

어느 것 하나...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신혼 때부터 아끼고 아끼어 하나 하나 장만해 둔 것들 투성이...

내가 가정을 꾸린 결혼 생활의 혼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내 집이다.

 

주방... 내가 가장 아끼는 곳이다.

쓸고 닦고... 반들반들해야 만이 직성이 풀리는 깔끔한 내 집 주방은 주변 사람들이 많이 부러워 하는 곳이다.

무조건 하얘야 하고, 밥 알 하나, 물방울 하나 남겨놓지 않고 마무리를 해야 나는 집안 일의 마무리라 생각하면서

주방에서의 시간이 가장 달콤한 시간이라 여기며 살아온 나날이었다.
지난 주에는, 다른 사람이 와서 내 주방에... 내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본 후... 한참을 우울해 해야 했다.

저 자리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는 서러움이 일순간에 몰려와 엉엉대고 울었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오기라는 것이 발동을 한다.

내가 어떻게 장만하고 가꾸어온 살림살이인데...

이렇게 쉽게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가 없다는 오기가 발동하는 거다.

더... 더... 더 많이 사랑하며 살자. 고 다짐한다.

내 삶을 쉼터에 푸른 열매와 꽃으로 결실을 맺자.

지금은, 간신히... 낭떠러지 바위 위에 간당간당하게 서 있을지라도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나는... 나는... 이 집안에서 한 마리 어여쁜 사슴으로 살아가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