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는 기쁨/임재정

[임재정]나비

문선정 2018. 3. 19. 16:03

나비

 

임재정

 


 

  1

  움켰던 주먹을 펴 봄이 온다면, 낮잠에 든 장자가 나비 날개를 얻었다면, 그것은 울 안 복숭아나무에 앉았던 분홍

 

  2

  나비 겹눈으로 여미던 삼천 조각의 나를 당신이 외면한다

 

  오늘 당신은 달아나는 중이므로

  내 질문은 대상을 잃는다

  이후 당신은 밀물과 썰물로 되풀이되는 현상

  밀물 든 악몽에 발이 끼었는데 빠지지 않는다

 

  밀물을 견디다; 달이 지구로부터 돌아앉듯 나를 피해 당신이 숨는다; 웅크린 자세로 짓는 그믐이라는 당신의 표정; 당신이 들여다본 나란 낭떠러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나의 어깨에 볼모 잡힌 당신은 이제 어떤 날개를 얻어 불치인 꿈에서 벗어나시려는지

 

  3

  다시 올 것처럼 날아오른 당신은 이제 나를 모른다 한다 끄덕이는 순간 봄날이, 사소한 이유로 꽃들이 진다

 

  4

  우편함에 날아든 나비를 보았다 내가 지구에서 만난 가장 눈부신 흔인색, 봄꿈이라는 당신

  나비 겹눈 속 밀물이다, 붉은 폭설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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