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 간다
이진욱
황천의 주소지를 궁금해 한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서둘러 갔고
또 어떤 이는 입구에서 주저하다 돌아왔고
생각보다 늦게 가기도 했고
또 누구는 죽어도 안 가려고 발버둥 쳤던 황천
사는 게 퍽퍽, 하냐고 누군가 옆구리를 찌를 때
황천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언젠가 가야 할 곳이라면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었던,
이승에는 없고 구천을 떠돈 뒤에나 만날 수 있다던
그 황천이
섬진강 근처 어디쯤에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
황천은 멀었다
태양은 지루하도록 서서히 기울었다
버스는 하품보다 느리게 황톳길을 기고 있었다
벚꽃이 지는지 하루가 지는지
걸족한 농지거리에 아낙들은 꽃물이 들고
산이 산을 낳든 말든
강물이 강물을낳든 말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숨결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노인은 연신 마른 지팡이에 호흡을 얹고 있었다
아아, 그때 알았다
황천 가는 길은
황혼보다 높고 깊은 마음로의 소풍이었음을
언젠가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었던 황천은
무릉보다 가까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시집 눈물을 두고 왔다 / 시인동네. 2016>